[클릭! 이 사람] 기상캐스터로 산다는 것 / 배혜지, KBS기상캐스터

오늘 비 온대. 우산 챙겨 가!”

어릴 때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우산을 챙겼습니다. 아침에 우산을 챙겼더라도 낮에 비가 그치면 우산을 어딘가 두고 와서 자주 잃어버리곤 했죠. 그러던 제가 지난 3년간 우산을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기상캐스터가 비를 맞을 순 없잖아요. 기상캐스터를 하면서 이렇게 제 삶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방송을 하면서 날씨가 좋다는 말은 써본 적이 없습니다. ‘좋은 날씨는 참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올겨울 날씨가 춥지 않아서 활동하기 좋은 분도 있지만, 반대로 날이 춥지 않아서 겨울 축제가 미뤄지는 등 생계에 지장을 입은 분들도 계십니다. 맑은 날씨를 좋아하는 분도 계시지만, 대기가 건조해지고 산불 등 화재 위험 때문에 비를 기다리는 분도 계십니다. 저의 표현이 누군가에게 불편하게 들리지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맑은 하늘만 보면 날씨 좋다!’ 마음속으로만 외쳐봅니다.

기상캐스터를 하면서 저는 훨씬 더 부지런해졌습니다. 여러분의 출근길에 날씨를 전해드리기 위해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방송국으로 출근합니다.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이제는 쉬는 날에도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방송을 할 때는 언제나 가슴 설레고 행복합니다. 기상캐스터는 원고를 직접 작성하고 프롬프터(화면 자막)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고를 다 외워야 합니다. 그래서 1분 안팎의 날씨 방송을 위해서는 약 2시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방송에 들어가는 직전까지도 기상 정보를 업데이트해서 조금이라도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래도 아침 출근 시간에 여유롭게 TV를 보며 날씨를 모두 확인하고 문밖을 나가시는 분이 요새는 많지 않습니다. 집 문을 열고나서야 날씨를 확인하고 혹은 출근길에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정보를 검색합니다. 최근에 SNS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뉴스 스튜디오의 현장 모습과 함께 날씨 생방송을 전해드렸는데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앞으로 먼 거리의 TV 화면보다 가까운 손안의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서도 날씨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날씨로 크고 작은 피해를 보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날씨 정보는 인공지능 스피커나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기상캐스터의 역할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됩니다. 날씨를 어떻게 차별화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날씨는 무엇일까.

그래서 서울대학교 석사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상데이터 분석을 위해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주어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는데 기상캐스터가 된 후에는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된 겁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씨는 없었고 폭염이나 폭설, 미세먼지 등 기상 현상을 마주하면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상기사와 기상예보사 면허 취득으로 기상을 좀 더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기상청의 통보문을 그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상캐스터는 날씨에 진심을 더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날씨를 보고 힘을 얻는다는 팬 여러분들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일일이 답장을 못할 때도 있지만, 다 저장해둡니다. 저는 저의 일을 할 뿐인데 이렇게 큰 응원을 받으니 그저 감사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저의 역할이 얼마나 달라질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에도 제 날씨를 보고 듣는 분들이 날씨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날씨를 전하려는 제 진심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나 바람은 당신의 등 뒤에서만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따스한 햇살만 비추기를 바랍니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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