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서 새로운 컨셉트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시장에 내놓을 때만해도 아이리버는 미국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점차 고객들은 소프트웨어의 편리성, 음악컨텐츠의 다양성에서 아이팟을 선호했다. 그런데도 아이리버는 하드웨어의 소형화와 케이스 디자인의 개선에만 매달렸다. 결국 시장은 아이팟으로 기울어졌고 아이리버의 선호도는 하락하고 말았다. 사람이 제품과 상호작용하는 측면에서 고객경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바로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것도 결국 고객의 경험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것을 쓸모있게 만들고,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며, 고객이 즐겁고 아름답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  맞다. 난 디자인을 더 멋지게, 아름답게 만드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쓰는 사람이 편하게 한다는 것에 기능적인 요소까지 한다는 생각이 적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치게 하는 구절이었다. 어떤 때는 아무런 감흥없이 흘러가는 말도 어떤 때는 아주 실감있게 와닿는 적이 있다. 이 말이 그렀다. 그건 아주 다르게 생겼지만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제품들을 한번에 판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비브람의 파이브핑거스신발과 필맥스의 맨발신발을 하나의 회사에서 마케팅하는 제안서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두 신발 모두 기본적인 컨셉트는 ‘맨발’이다. 맨발로 뛰거나 걷는 것이 인체진화론상 가장 효율적인 이동방법이지, 운동화를 신음으로써 인간의 운동효율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갖가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컨셉트는 하나였지만, 모양이 아주 달라서 마케팅의 방법도 아주 달리한 두 개의 제품을 어떻게 접목시키는 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런데 사실 또 보면 두 개의 제품에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경험치는 많이 다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어렴풋이나마 나갈 길을 본 것같다. 같은 기능을 하지만 디자인에 따라 연령대와 소구점을 달리하되, 두가지가 시장전체에는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 비브람 신발은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마케팅을 하는 대로 ‘달리기’용으로 하면서, ‘난 좀 다르게 뛴다, 내가 뛰는 방식대로 뛴다’라는 자존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이에 반하여 필맥스 신발중 밑창이 약간 두꺼운 마라톤 신발은 기존의 신발과 모양이 비슷한 점을 삼아 ‘뛰기는 뛰되 나만의 만족’을 위하여 뛰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필맥스 맨발신발은 좀 더 정적인 운동, 즉 걷거나 실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대상을 삼았다. 즉 워킹화로 컨셉을 잡고 대상 걷기명상을 강조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마케팅의 강조점을 비브람신발은 과학적인 운동능력 향상, 부상의 줄임, 액티브한 점을 강조한다. 반면에 필맥스는 좀 더 한의학적인 면을 강조하기로 하였다. 즉 신발을 통해 전해오는 땅의 따스함과 차가움을 통해 땅의 에너지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면, 부드러운 신발 밑창이 전해주는 땅의 울퉁불퉁함이 온 몸을 모든 신경계통을 어떻게 자극하면서 인체활동을 활성화시켜주는 지에 대한 점을 강조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이 두 개의 전혀 다른 모양의 신발이 ‘맨발로 걷고 뛰자’라는 신발의 최소주의 (minimalism)'의 최전선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모든 연령대로 확산시키는 마케팅 컨셉을 잡았다. 

그런데 이 제안서을 만들다보니 또 다른 기회가 보였다. 그건 바로 발가락양말이다. 비브람의 발가락신발이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판매가 늘어나자 더불어 판매가 늘어난 것은 바로 ‘기능성 발가락양말’이다. 그건 나도 언젠가 들어가야겠다고 노리던 시장이다. 경쟁자와는 아주 오래전부터 별로 좋지 않게 알던 사이라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무엇이 강약점인지를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시장도 보이지 않는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산이었다. 그리고 또 이 책에서 그에 대한 출구를 찾았다. 

“홍콩의 글로벌 소싱기업인 리엔펑을 옷을 팔아 연간 수백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 리엔펑은 협력업체에 단가를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쥐어짜지 않는다. 협력업체와의 관계에 30/70 규칙을 적용한다. 협력업체의 생산능력의 30%보다는 많게, 70%는 넘지않게이다. 30%, 70%는 리엔펑에 대한 매출의존도를 말한다. 협력업체가 리엔펑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다. 리엔청은 이를 느슨한 연계라고 표현한다. 펑회장은 이런 관계를 액체, 고체, 기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30%미만은 기체에 해당한다. 협력업체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70%가 넘으면 고체 상태로 유연성이 전혀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펑회장은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액체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말을 내 사업초기에 들었다면 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난 나만의 공장을 고집했었다. 그건 제품의 특성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자체적인 생산시설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펑회장의 말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내가 시도하는 생산의 유연화와 맞아들어가는 말이다. 실제도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다보니 생산가능한 제품의 많이 다양화되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계도 많이 넓어졌다. 

이래서 자주 사례집을 읽어보아야 한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 지를 될수록이면 많이 알아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사업을 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수렁에 빠진 느낌이 들 때마다 책속의 다양한 사례와 시사점을 주의 깊게 읽어보고 숙고한다면 유익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슷한 주제라도 자꾸만 다른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은 내가 어디서 감동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책도 한두권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책을 파는 것이 좋다. 리앤펑처럼 책과의 관계도 액체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