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맛과 멋이 공존하는 카페플랫폼
주문진 테마카페 겸 문화단지 ‘도깨비시장’

Editor 지영구

지난해 11월 3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주문진 방사제 해안에 새로운 ‘사건’이 벌어졌다. 반년 남짓 공사를 거듭했던 낡은 공장건물과 구옥이 번듯한 테마카페 겸 문화단지로 탈바꿈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 코로나 와중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집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입구는 정운찬 전 총리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화환과 화분으로 넘쳐났다. 대지 1,700평에 연건평 800여평의 대형 테마카페단지 ‘도깨비시장’은 그렇게 이목을 끌며 세상에 등장했다.
그 주인공 박소영 대표는 파티플래너로 유명한 사업가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문득, 도깨비처럼 주문진에 
나타난 까닭은 뭘까? 거기에서는 대체 어떤 도깨비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도깨비시장’은 테마카페단지다. 정확하게 말하면 ‘복사꽃싸롱’, ‘강냉이소쿠리’, ‘콩방앗간’ 등 3개의 테마카페와 ‘담소당’(1층 야외광장), ‘루프탑’(옥상전망대), ‘갤러리’(지하쇼룸) 등 3개의 공간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져 있는 카페플랫폼이다.
그중에서 복사꽃싸롱은 도깨비시장의 무게중심이자 스테이션이다. 그에 걸맞게 홀은 넓고 높다. 그 속에는 낡은 것을 고쳐 쓰고자 하는 재생의지가 담겨 있고, 옛 정서와 추억을 되살리고자 하는 레트로 감성이 깔려 있다.



오징어 가미공장 맞아요. 오래 방치됐던 건물을 리빌드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고,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했어요. 생각보다 힘들었고요. 그래도 완성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문진은 박 대표의 고향이고, 카페는 그녀의 오랜 꿈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땅 500평에 카페를 짓자는 생각에서 벌인 일이었으나, 머릿속에 그려왔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쪽으로 기울었고, 오징어공장과 그 주변 땅을 매입했다. 다른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오징어 가미공장의 재탄생
복사꽃싸롱은 그렇게 ‘도깨비처럼 뚝딱’ 들어섰다. 땅값과 건물값 외에 리모델링과 인테리어에만 20억원이 넘는 거금을 투입해 1년 남짓 노심초사 공들이고 고치고 다듬은 결과물이다. 거기에는 완벽주의자로 통하는 박소영 대표의 풍부한 감성, 깐깐한 통찰력, 다양한 경험과 안목이 깔려 있다, 여기에 때론 과하다싶기까지 한 열정과 의욕도 버무려져 있다. 
리모델링은 물론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까지 직접 챙기고 살폈어요. 의자와 테이블도 엔틱하고 고급스러운 걸로 직접 구해서 배치했고요. 총 7개의 초대형 샹들리에로 높이를 커버했죠. 하나하나 신경 안 쓰고 손 안 간 곳이 없습니다.”



박 대표는 ‘샹들리에 한 개가 차 한 대 값’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아버지랑 갈등을 겪기도 했고, 주변의 시기 어린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준비기간과 개업초기의 코로나 방역지침도 문제였다. 수도권에 비해 완화되기는 했으나, 이곳이라고 지난 겨울에 불어닥친 코로나 대확산과 자영업한파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힘들었죠. 투자가 크다 보니 손실도 클 수밖에요. 할 수 없이 먹거리를 도입했죠. 5000원짜리 커피와 차를 팔기 위해 브런치를 2000원에 제공한 적도 있어요. 커피도 구수한 고향의 맛을 추구했고요.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겨울철임에도 입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블로거와 유튜버들의 포스팅 대상으로 떠올랐고,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 나가면서 관심이 폭증하기도 했다. 날이 풀리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주말마다 이곳은 북새통이 된다. 아직 조심스러운 시기인데다 방역지침에 따른 인원제한으로 차를 돌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도깨비, 코로나 뚫고 약진하다
복사꽃싸롱이 복사꽃커피와 도깨비커피 등 커피와 티 중심의 본격 레트로카페라면, ‘콩방앗간’과 ‘강냉이소쿠리’는 ‘외갓집’ 이미지의 구옥 분위기에다 강원도 특산품인 콩과 옥수수를 주제로 외할머니의 손맛을 구현한 디저트카페다. 
이곳에 들어선 사람들은 금세 향수에 빠져든다. 68년 된 구옥을 그대로 살려 시골 외할머니 댁을 연상케 하는 강냉이소쿠리 옆길에는 시멘트가 마르기 전에 생겼음직한 고양이 발자국이 선명하다. 강원도 옥수수를 적당하게 튀기고 살짝 입혀 가미해 앙증맞은 소쿠리에 담아낸 강냉이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여기에서 만드는 강냉이커피와 찐빵, 젤라또를 예전의 소품들로 장식된 골방이나 툇마루에 앉아 떠먹는 재미역시 남다르다. 고향의 맛이 떠오르고, 할머니의 미소가 소환된다. 복사꽃 흐드러진 고향의 풍경이 떠오르고, ‘고향의 봄’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출처] 커피앤티 coffeeand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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