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2005년 UN글로벌콤팩트(UNGC)에서 공식 용어로 사용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최근 들어서야 열풍이 불고있는데, ESG 열풍의 트리거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TCFD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2017년 TCFD 권고안을 트리거로,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핑크의 석탄관련 기업 투자 중지 선언,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이 기름을 부은 양상이 되어 ESG 열풍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TCFD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를 의미한다. G20(주요 20개국)의 요청에 의해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2015년에 설립한 국제 협의체다. 국제결제은행은 BIS비율 등 세계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중앙은행들간의 조정을 맡는국제금융기구로서 전 세계 금융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TCFD는 기후변화가 경제적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하여, 기후변화 리스크를 공시하는 국제적 합의에 기초한 프레임워크로 볼 수 있다.

TCFD는 2017년 기후 관련 재무적 영향에 대한 정보 공개를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권고안에서는 기업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직면한 리스크 및 기회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리스크 관리체계와 전략에 반영한 후 예상되는 재무적 영향을 수치화해 외부에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TCFD 권고안의 파장은 매우 커서 우리나라 은행들의 대출 관행도 바뀌어 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이 은행 대출 거래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려면 어떠한 준비를 해야될지 TCFD의 영향과 금융사들의 대출전략 변화를 통해 ESG경영의 인사이트를 얻고자 한다.

TCFD 권고안의 유용성

TCFD 권고안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탈탄소 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위험을 체계적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위험을 재무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어 리스크관리에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관련 위험에는 탈탄소 경제로 전환함에 따라 발생하는 전환 위험과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과 관련된 물리적 위험이 있다. 이를 각 산업에 따라 분석하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민감도도 분석해야 한다. 전환 위험으로는 정책·법률·기술·시장·평판 위험을 고려할 수 있다. 물리적 위험은 급성 위험과 만성위험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급성 위험은 홍수, 허리케인, 사이클론 같은 기상현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위험이다.

만성 위험은 해수면 상승이나 지속적 고온현상과 같은 장기적인 변화에 의한 위험을 의미한다. 이러한 위험 요인과 함께 자원 효율성, 에너지 자원, 제품 및 서비스, 시장, 회복탄력성 측면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회 요인도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후변화가 기업의 경영에 미칠 수 있는 플러스·마이너스 요인들을 수치화해 분석하고 이를 재무적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TCFD 실행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TCFD 권고안에 따르면 기후변화 정보 공개 방식은 기업 연간 재무공시 자료에 포함하는 것을 권장한다. 분석 방법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2도(2°C) 시나리오 및 기타 적합한 2~3개의 시나리오로 중장기적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TCFD에서 권장하는 정보 공개 영역은 △지배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와 감축 목표로 구성된다. 이 네 가지 영역의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기업이 기후변화 리스크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공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 관련 정보들을 통해 투자자들은 투자 기업이 공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장기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에 따라 보유 자산의 기후변화 리스크를 정량화해 파악할 수 있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위험도를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기후변화 대응 강화

TCFD는 정부기관, 민간기업, 규제기관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지지 선언을 할 수 있으며, 이미 전 세계 86개 국가에서 2,300개 이상의 기관이 TCFD 지지를 선언했고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정부, 금융기관, 기업 등을 포함해 50개 이상의 기관이 지지 선언을 하고, 기후변화 리스크를 실제 기업경영에 통합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금융위원회는 2021년 5월 24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예탁결제원 등 13개 금융 유관기관과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및 TCFD 권고안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이 기후변화 대응에 선제적으로 책임있는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며 “지지 선언 참여 기관은 4개 항목 공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권고안에 기반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대응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환경부·산업부와 함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녹색에 해당하는 산업·기업을 규정)를 마련하고 금융권에 시범 적용한다. 금융권의 녹색 분야 자금지원 원칙을 담은 금융권 녹색금융 모범규준과 기후 리스크를 건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를 3분기 중 마련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통합 정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영국은 상장기업 및 금융회사에 대하여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TCFD 권고안에 따라 기후 관련 정보를 재무보고서 등에 의무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하였고, 선진 각국들도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2019년부터 기업지배구조(G) 보고서 의무공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2026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전체에 대해 공시를 의무화하는 한편, 환경(E), 사회(S)분야 보고서도 자율공시를 활성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하였다.(본지 6월호 참조)

탄소중립이 은행리스크로 전이 우려

TCFD 권고안의 영향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탄소 배출 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거나 축소하는 등 지속가능금융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속가능금융이 강조되면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대출 전략도 바뀌어 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탄소 중립을 주요 대출전략에 반영하는 추세다. 석탄기업에 대출을 중단하고 친환경 기업에 대출 할당을 늘리는 식이다. 미국 JP모간이 지난해 10월 이러한 방침을 공식화했다. 영국 대표 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지난해 2월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대출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아주경제, 2021.6.2.)

이러한 글로벌 은행들의 대출전략 선회는 단순히 착한 금융을 지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속가능금융을 실천하지 않을 때 향후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고탄소 의존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금융회사 대출 및 투자손실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국가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고탄소 모델 회사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환경리스크가 금융회사로서는 현실적 문제로 다가온 셈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지속가능금융 패러다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고탄소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특성 때문에 탄소중립이 향후 금융기관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른 국가들보다 높은 편이다.

기업대출에 미치는 영향

신한금융그룹은 ‘친환경 경영 ECO’ 전략 추진을 통해 투자자산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탄소 다량배출 기업 및 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줄이고 친환경 분야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9월 ‘KB그린웨이 2030’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및 채권인수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금융권 최초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이를 통해 기업의 대출, 투자의 지표로 삼게 된다. 신한금융은 전 그룹사가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ESG 평가 모형을 구축해 대출 및 투자 의사결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신한자산운용은 ESG 투자를 위해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ESG 평가 결과 등을 반영한 ESG 스코어링 시스템을 개발했고,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지난해 ESG 평가기관들이 산출한 기업의 ESG 점수와 의견을 종합해 투자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 한 ‘신한 ESG 컨센서스’를 개발했다.

이후에는 자산의 탄소배출량 측정 관련 글로벌 기준인 탄소회계 금융협회(PCAF)의 방법을 적용해 기존 상장회사 중심의 탄소배출량 측정 대상을 비상장회사까지 확대하고 정교화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 고유의 ESG 모형을 통해 투자 및 운용 원칙에 활용하고 고객의 신용 한도를 부여하거나 금리, 가격을 결정하는 데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2021.6.2.) 이처럼 신한금융을 비롯해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기관들이 기업 여신에 ESG 평가를 도입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일반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금융사의 ESG 평가에 맞춰 ESG 경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도 일부 은행들은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금리, 대출한도 등을 우대하는 ESG론 상품을 이미 취급하기 시작하였으며, 대출시 ESG 평가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다소 세밀하지 않은 ESG 대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금융기관들이 보다 정교한 모델로 ESG를 평가하여 대출 가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대출을 받을 때 불이익을 면하고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TCFD의 권고안을 반영하여 ESG 경영 내재화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박용기 한국ESG경영전략연구원장, 경영지도사 esg3esg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