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학 나이스매거진 :: 잡지구독 No.1

빛의 사색
이명호

이번 호를 내면서
정명교

나의 시는 나의 숨결
정현종 시란 무엇인가
-신작시 「생각의 빛」 외 2편

한국시의 가능성
정명교 ‘나의 비애’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피어난 시
-선정시 강우근 「유성」 외 2편
-신작시 강우근 「코코」 외 1편

다시 읽는 한국시인
이명찬 분단 시인 박남수
-선정시 박남수 「서쪽, 그 실은 동쪽」 외 4편

오늘의 한국시인
허희 연극이라는 삶에서의 열연
-선정시 장수진 「영화를 만드는 법」 외 1편
민구 「멍」 외 1편
조세핀 「나는 누구인가요」 외 1편

시인들의 대화
김정환·임유영
-비껴가는 마주침 속에 내일의 시가 솟아오르네

오늘의 시학
문성욱 시의 한계

장르 소통
구현우 어제 노트에 기록한 것과 오늘 스마트폰에 쓴 것

에세이·예술
황선영 사막 안의 사막

개활지의 시 경연
우승작 지정애 「깃털을 싣고 달리는 기차」
심사평 바로크적 활기

2024년 《현대시학》 격월간 통권 619(5-6월)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빛의 사색: 이명호 사진 작가의 〈신기루〉 연작이 3점 실렸다. 사막의 텅 빈 공간에 잠시 머물러본다. 이번 호를 내면서: 《현대시학》의 편집진들이 새로움으로 마음의 각오를 다잡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진보적이면서도 충실한 내용으로 일관하여 독자로부터의 지대한 관심과 호응을 받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다할 것을 밝힌다. 나의 시는 나의 숨결: 정현종 시인의 글 “시란 무엇인가”를 수록했다. 1982년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의 한국현대문학심포지엄에서 발표했던 지문을 그대로 옮겨왔다. 정현종 시인은 시가 우리로 하여금 해방이나 열림의 순간을 체험케 하기 때문에 시를 자유의 숨결이라고 말한다. 또한 나와 나 아닌 것, 이것과 저것, 서로 다른 것들이 자기이면서 동시에 자기 아닌 것이 될 수 있는 공간이 곧, 시의 공간이라고 한다. 시는 모순과 갈등이 부딪쳐서 화해하는 현장이며 이것과 저것, 있는 것과 있어야 하는 것이 만나는 현장이기에 시인의 고통을 ‘이상한 기쁨’으로 명명한다. 이 글을 읽어가는 동안 정현종 시인의 힘찬 울림의 목소리에 한없이 경건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한국시의 가능성: 정명교 문학평론가가 강우근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을 평함에 있어 ‘나에 대한 물음’으로 정의한다. 현 시대는 개인들의 활동 능력과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고, 기능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져 오히려 ‘우울’을 즐기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러한 형편에서 새로움을 모색하는 시적 실천 속, 강우근의 시집을 통해 견딜 수 없는 ‘나’의 존재에 ‘비애’가 배어나옴을 포착해낸 것이다. ‘비애’를 기준점으로 김수영과 강우근을 비교하면서 역사적 맥락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파헤친다. 세계에 가상적으로 통합되어 있을 뿐인 ‘나’의 존재 자체가 비애임을 인식한다 해도 그 존재의 필연성으로 반전하는 반응의 정서를 가져다줘야 하지 않을까. 조용히 내가 나에게 물어보고 깨닫는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시 읽는 한국시인: 이명찬 평론가가 분단 시인 박남수를 다시 불러들인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한국전쟁, 군부 독재기로 이어지는 박남수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순수 이미지로 거론되는 시인의 평가에 대하여 ‘사회적 실어증’이라고 단언한다. 상승이나 비행의 순간에만 초점을 맞추어온 우리들 읽기의 게으름에 질타를 가하고 있음이다. 기림의 입장을 뒤이으면서도 모더니즘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리에 자신의 문학적 입지를 세우고 싶어 했던 시인의 예술적 깊이를 엿볼 수 있겠다. 오늘의 한국시인: 허희는 연극이라는 무대에서 열연하는 세 시인의 시적 감각을 거론한다. 장수진의 시집 『순수한 삶』에서 부조리한 삶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사는 이들에게 순진한 삶은 그 자체로 역설에 지나지 않음을 짚어낸다. 세상이라는 무대가 부조리하여 그곳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 역시 부조리함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인식이 장수진의 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음을 피력한다. 시집 『세모 네모 청설모』을 통해 민구 시인은 가벼움과 무거움이 대비적 개념이 아니라 가벼움 속에 무거움이, 무거움 속에 가벼움이 내포되어 있는 인생의 희비극을 잘 보여주는 진지한 대담꾼이라고 말한다. 조세핀의 시집『에스메랄다와 춤을』에서는 낭만성을 포착한다. 비현실을 가로지르며 열연을 펼쳐보이는 시인의 모습에서 ‘나’와 타인, 그 어느 쪽도 아닌 순간을 경험케 하는 배우라고 소개한다. 장수진, 민구, 조세핀 세 시인이 각자의 개성 있는 문체로 열연하는 무대를 관람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인들의 대화: 고유명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는 평을 듣고 있는 김정환 시인과 독특한 차원의 감수성을 지닌 임유영 시인이 서면으로 대화를 나눈다. 시에 출몰하는 부닥침에 대해 알고자 하는 임유영 시인의 질문에 희망이 절망적이라서 그것들을 오히려 필사적으로 문학 예술 총체의 방편으로 삼는다는 김정환 시인의 답변이 이어진다. ‘엄청나게 덜어내고 압축’하거나 무심하게 ‘부닥침’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그것이 하나임을 말한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대하여 지나치게 의식을 하거나 의식을 하지 않거나의 양가감정에서 헤맨다는 임유영은 더 치열하게 버티고, 더 예리해져야만 마주침의 순간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혼자 쓰는 법을 배워라. 그리고 기준과 수준에 맞는 시가 있다면 그 저자의 시는 물론 모든 글을 찾아 읽어라. 바로 그가 스승이다.” 김정환 시인이 젊은 시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 오늘의 시학: 문성욱 문학평론가는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되는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선언은 의아하다고 말한다. 문학 비판이 ‘순결한 문학’의 환상을 부추기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문학은 없었다. 시의 역할은 현상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것. 자신의 것이면서 시대의 것인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 한다. 한계 없는 텍스트는 힘없는 텍스트이며 자기를 감추는 것은 현실의 왜곡이라고 단언한다. 중요한 것은 시가 부과된 한계를 얼마만큼 제 한계로 인지하는가, 한계를 한계로 다루는가, 한계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가라는 것이다. 시가 어느 선까지 표현될 수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봄직하다. 장르 소통: 구현우 시인은 이름이 둘이다. 구현우의 이름으로 시를 쓰고 구태우의 이름으로 음악을 한다. 이 모든 작업은 노트와 스마트폰의 속도와 리듬의 차이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놓칠까, 그 순간이 순간으로 끝날까 순간을 받아적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면에 잠재된 시적 상상과 음악적 영감의 스위치를 지속적으로 변환시키는 구현우의 문학세계. 그의 예술을 향한 진솔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예술·에세이: 사막의 풍경은 바람에 의해 끊임없이 조각되고 부서지며 재구성된다. 사막은 비어있기 때문에 마주하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하고 의미를 알고 싶어하는 우리의 욕구를 채울 수 있다. <신기루> 연작을 통해 공백과 닮은 사막으로부터 모든 것이 만들어질 수 있음에 새로운 미래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개활지의 시 경연: 이번 호에서는 지정애의 「깃털을 싣고 달리는 기차」가 우승작으로 선정되었다. 정명교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에서 이 작품은 이질적인 것들의 자율적 팽창과 자유로운 변용으로 이루어진 바로크적 광경들로 가득 차 있다고 전한다. 제목에서부터 시의 의지가 노리는 새로움을 이끌어가는 지정애 시인의 엉뚱한 상상력의 시세계를 즐겁게 감상해본다. 시집 소개: 현대시학시인선에 정서윤 시집 『유리병 속의 팔레트』, 민병록 시집 『너였으면 좋겠다』, 박승균 시집 『길은 심부름 가서 오지 않았다』 현대시학기획시인선에 고경자 시집 『날개는 붉은 심장으로 만들어졌다』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