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 너무 좋아 모든 걸 주고 싶어~”
“그댄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하고 가끔씩은 노래방에서 따라 부르는 노래들, 나는 이 노래의 주인공 남성듀오 일기예보의 리더 ‘나들’이다.
1990년대 후반, 노래 <좋아 좋아>와 <인형의 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간경화로 인해 10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투병생활을 해야 했고, 급기야 내가 사랑하는 음악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렇게 끝나버릴 것 같았던 삶에 사촌동생의 간 기증을 통해 극적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던 시간들은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10년 만에 다시 꺼내든 기타, 이전처럼 돈을 벌기 위해, 내 명성을 쌓기 위해서만 노래를 부르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아까웠다.

2012년 봄 어느 날, 습하고 칙칙한 지하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나는 봄기운이 완연한 따사로운 햇빛의 유혹이 너무도 강렬하여 후배와 함께 기타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문득 작업실 맞은 편 조그만 고기집 ‘돼지네 삼겹살’ 부부가 장사를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새벽 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해가 뜰 때쯤 집으로 향하여 잠깐 새우잠을 잔 후 다시 오후에 나와서 장사를 준비하시는 이분들. 쳇 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의 반복. 순간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저 분들은 무슨 낙으로 살까?’
나와 후배는 방향을 바꾸어 가게 안으로 불쑥 들어갔다. 이분들에게 깜짝 이벤트를 드리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저기 제가 노래 불러드릴게요, 잠깐 앉아보세요!”
오직 두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나는 기타를 튕겼고 후배는 타악기를 두드렸다.
“처음 널 만나는 날 노란 세 송이 장미를 들고~ 니가 좋아 너무 좋아 모든 걸 주고 싶어 너에게 만은 내 마음 난 꾸미고 싶지 않아~”
너무도 감동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무도 행복해 하는 이분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뿌듯한 마음이다.

문득, 골목상권에서 어렵게 장사하시는 분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위한 이런 형태의 공연을 기획해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골목콘서트’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고 횟수가 늘어날수록 골목콘서트를 응원하는 많은 지지자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삼겹살집, 방앗간, 이불·커튼집, 당구장, 탁구장, 심지어 하숙집까지 그렇게 지금까지 총 46회의 골목콘서트를 진행했다.
그곳에서 만난 골목가게 사장님들의 어려움들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분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들이 골목 가게의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골목 가게를 위해 마련된 골목콘서트는 골목 사장님들에게 분명 큰 위로와 힘이 된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더 열심히 골목콘서트를 발전시켜야 하고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돌이켜보면, 예전에 한참 인기가 많았을 때에는 미처 상상할 수도 없는 활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촌동생의 간 기증을 통해 다시 얻게 된 삶, 나의 또 다른 첫걸음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었기에 이후의 삶이 내게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다. 이것이 골목콘서트를 할 수 있게 만든 힘이다.

다시 시작하는 제2의 음악인생,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장소에서 노래를 부르는가가 아니라, 내가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노래를 부르냐는 것이다.
그렇게 내 발걸음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