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임무 중 ‘기록 관리’ 업무가 있다. 공공의 업무 과정에서 생산·접수된 다양한 기록을 법규에 맞게 관리한다. 그리고 그것을 국민을 포함한 이용자에게 제공하여 책임행정을 구현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목표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는 현안에 바쁜 부대원들에게는 달갑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기록 관리 업무절차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는 그 중요성과 가치를 먼저 알리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기 전까지는 쉽게 동하지 않는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으로 정의된다. 책이 특정 주제에 대한 작가의 마음(글), 사진, 그림 등을 묶어서 인쇄한 매체라면 사람들은 독서로 그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감동한다. 나는 최근 ‘나는 잘 살고 있나? 방향은 맞는 건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때 권유받은 책이 있다. 바로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는 내 자유의지대로 삶을 설계하고 이끌어 갈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자유의지를 발현할 때 지켜야 할 규칙(도덕법)은 칸트가 말한 ‘정언명령(定言命令)’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중 인간을 절대 단순한 수단으로 다루지 말고 언제나 같은 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멋진 명령이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고작 몇 장의 기고문을 적으면서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고민하는데,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들인 작가의 노력은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독자는 독서를 통해 이것을 ‘날름’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독서는 그런 면에서 ‘소통’이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늘은 정약용, 내일은 셰익스피어를 만날 수 있다. 독자는 독서를 통해 저자와 소통하고 성장한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독서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특히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군인 중 일부는 독서를 한가로이 즐기는 여유나 풍류(?) 쯤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독서에 대한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 역시도 그랬다. 인사부서에 근무하며, ‘병영 내 독서문화 활성화’는 그저 업무에 지나지 않았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병영 내 병영도서관을 설치하고(…) 육군은 대대급 이상 제대에 도서관을 설치 운영해야 하며(…).” 그런 업무였다. 그러던 중 몇 권의 책들이 책상 위에 놓이고, 시간 날 때마다 스마트폰 보다는 책을 펴보는 습관을 갖게 되면서 독후감 경연 대회에서 상도 타보고 다독왕으로 선정기도 했다. 그러면서 책의 가치, 독서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 것이다.
부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독서문화 활동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활동이라 어디서부터 운을 떼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나의 경험담과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동일한 생각의 흐름과 방법으로 부대에서 ‘독서문화’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꽃 피도록 독서문화 활동 사업을 진행하였다.
먼저 독서문화 혁신을 위한 ‘독(讀)한 전승부대원 되기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업무 담당자들이 독서문화 활성화 사업을 이해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만한 기준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병영도서관 리모델링 계획, 정보 공유 및 소통을 위한 홈페이지 개설·운영, 각종 문화 활동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독서 문화의 지속성과 자생적인 추진을 위해 신병 교육생 전원이 독서법과 서평 작성법을 배우게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점호 시간에 독서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또한 부대별, 병영생활관별 독서동아리 활동을 장려하여 우수 동아리를 선발·포상했다. 그리고 이를 상급부대에 건의해서 독서 코칭 사업 예산을 확보하고, 독서병영대학을 개설하여 서평지도사 양성과정을 운영했다. 독후감 및 서평 경연대회, 다독왕 선발은 분기별로 포상했다.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익히기 위해 서예 유성룡 선생의 <징비록>을 필독도서로 선정하고, 저자와 함께하는 독서토론회를 열었다. 
특히 기억에 남은 사업은 ‘전승 북 오디션 콘테스트’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2/4분기 독후감 경연대회를 준비했는데, 기존과는 달리 공중파 TV 오디션 형식의 ‘전승 북 오디션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책을 통한 배움과 교훈을 PT, 노래, 연극, 뮤지컬 등으로 표현했는데, 콘서트 형식의 이 대회는 기대 이상의 감동과 흥행을 불러일으켰다. 안중근 장군의 생애를 그린 뮤지컬과 연극, 징비록 패러디 콩트, 자작랩, 독서 감상문 PT 등이 무대에 올라왔고, 참가팀들은 독서문화 전도사가 되어 부대별 독서교육 및 인성교육 홍보대사로 활동한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이러한 사업의 가장 큰 성과라면 장병들의 손에 책이 들려져 있고,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2016년 9월, 독서문화상을 수상했고, 연말에는 우수 도서관상(국무총리상(’17년), 문광부장관상(’16년))을 받았다. 비록 큰 성과는 아니지만 주변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동서고금의 성인들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잘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고개 돌려 책 한 권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