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쓸고 닦는 세상의 한 모퉁이

오늘도 쓸고 닦는
세상의 한 모퉁이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 청소미화원

취재. 장성문 객원기자

익산시 원광대학교 평생교육원.
‘쓱- 쓱-’ 아침부터 싸리비 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주차장을 쓸고 있는 한 사람. 평생교육원 미화를 담당하고 있는 두계순(법명 계환, 영등교당) 미화원이다. 걸을 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솔잎, 백일홍 꽃, 담배꽁초 쓰레기들이 도로에 쌓여있다.
싸리비를 가지고 같이 쓸기 시작한다. “기자님 부모님이 보면 화내시겠네!”라며 그녀가 말린다. “괜찮다”며 같이 쓸기 시작하는데, 나뭇잎이란 게 쓸어도 끝이 없다. “잎이 계속 나오네요?”라고 묻자 소리내 웃는 그녀. 쓰레기는 줍고, 도로 가장자리로 잎을 밀어낸 후 쓰레받이에 담아 화단에 버린다. 건물 둘레를 다 해야 하니 상당한 범위, 요즘 같이 더운 날에는 꽤 강도 높은 일이다. “요새는 더 일찍 나와요 7시쯤. 출근 시간보다 빠르지만 그래야 시원하게 일할 수 있어요. 사람들도 덜 다니고.” 8시 반이 되어서야 끝난 야외작업. 그것도 내가 귀찮게 해서 일찍 끝낸 거란다. 봄, 여름은 나은데 낙엽이 많은 가을이나, 눈이 쌓이는 겨울에는 할 일이 더 많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미화원 두 씨. 매스컴에서 보던 것과 달리 쉼터는 널찍하고 깔끔하다. 며칠 전 며느리가 사왔다는 샤인머스켓과 시원한 작두콩차를 내어주는 그녀. 땀 흘린 후 에어컨 바람을 쐬며 과일을 먹으니 맛이 더 달다. 쉼터가 좋다고 하자 회사에서 노력해준 덕분에 최근 리모델링이 이뤄지고 있다며 흐뭇해 한다.

업무에 대해 묻자 “학생들이 공부하는 환경에 보탬이 되어 뿌듯하다”며, “학생들이 시험을 잘 봤다고 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일과는 아침 야외작업과 건물 실내작업으로 이뤄진다. 실내작업은 바닥, 화장실, 강의실 청소 등인데, 간호학과가 위치한 평생교육원 4층 건물은 그녀를 포함해 두 명의 미화원이 맡아 각각 두 층씩 담당한다.
한 숨 돌리고 다음 업무로 향하는 그녀. 현관 바닥이 대리석이라 미끄럽지 않게 하려면 물걸레가 아닌 기름걸레로 닦아야 한다. ‘ㄹ’자를 그리며 바닥을 민 후 이어지는 물걸레질. 물걸레로는 먼지가 많이 쌓이는 야외 계단과 화장실 바닥을 닦는다. 이제는 손걸레로 현관 책상과 유리문을 뽀득뽀득 닦는 그녀. 유리문에 묻은 지문 하나하나가 말끔히 지워진다. 방학임에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 학생들이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교당 유지비만 내자’고 시작한 일이 어느덧 십여 년. 처음에는 힘든 일도 많았다. “특히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물었죠. ‘두계환, 너 여기 왜 왔어? 이거하러 왔어, 마음 놓아야지.’ 이렇게 수치심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러한 심법에는 교당 교도부회장까지 지낸 교법 생활이 자리하고 있다. 시댁을 따라 처음 교당에 갔을 때 맡은 향 냄새에 모든 시름이 사라짐을 시작으로, 원불교 덕분에 남을 원망하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 IMF로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도 신앙 생활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가장 잘한 일로 꼽는 그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복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겠나’ 하고 남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법문은 <대종경> 교의품 15장 ‘실상사 며느리’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모든 일에서 상대방 입장에 서보려고 노력한다고. 직장에서도, 교당에서도 상대방 입장에 서보고 ‘사정에 있겠지’ 하고 생각하다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힘든 점은 없냐는 물음에 “학생들이 치우지 않고 가면 가끔 아쉬운 마음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라는 현답을 한다. 최근의 안타까운 사례 등 사회에서 조명하는 미화 업무와는 달리, 그녀의 밝고 지혜로운 모습에서는 매스컴에서 볼 수 없던 미화 업무 고유의 소중함과 가치가 전해진다. “그래도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는 게 제일 좋죠~”라며 웃는 그녀. 노동의 측면에서도, 사회 인식의 측면에서도 미화 업무의 소중함이 제고되어 보다 맑고 깨끗한 세상이 되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