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手作

마음과 마음의 통로

한류, 양초공예가

예전에는 단순히 어둠을 밝히거나 종교 행사, 기념일 등에 쓰인 캔들이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주재료인 왁스를 녹여 향과 색을 넣어 여러 모양과 형태로 발전시키는 분야의 전문가를 ‘양초공예가’ 또는 ‘캔들 아티스트’라고 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손으로 직접 만들면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고 마음의 안정까지 얻을 수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제작되는 캔들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처럼 아무리 정교한 기계라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감성을 다루는 작업이다.

우연히 친한 친구로부터 해외 명품 캔들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 도자기 컨테이너의 고풍스러운 캔들이었는데, 단숨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촛불과 은은한 향기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그날 느낀 감동처럼 내가 직접 캔들을 만들어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면 더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래서 셀프 캔들 작업을 해보며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 뒤로 아예 양초공예 자격증들을 취득하며 ‘마랑캔들’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론칭했다.

‘마랑’의 뜻은 한글 마음의 ‘마’와 통로(복도)란 뜻의 한자 ‘랑’의 합성어로 ‘마음의 통로’라는 뜻이다. 따라서 마랑은 ‘예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겠다는 의미이다. 창업과 함께 블로그를 시작했고, 클래스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많은 분이 마랑의 감성과 캔들 디자인을 좋아해 주셨다. 전문가 과정 자격증 수업을 진행하면서 국내 최고 양초공예가를 배출한 ‘한국양초공예협회’에서 마랑캔들이 최다 수강생을 배출한 교육 기관이라는 명예패를 받았다. “남을 성장시키는 사람이 진짜 성공이지”라고 한 후배의 말이 제자를 양성하는 마음가짐 중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 수강생들이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 무엇보다 그분들이 열심히 성장해 공방 사업이 번창해 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그런 성취 후, 캔들을 단순한 공예 생필품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승화해야겠다고, 그리고 진정한 캔들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내 예술 철학의 핵심은 눈앞의 이익만 좇지 않고 예술과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캔들 작업을 하는 것이다. 단순한 캔들 공방 선생님이 아닌 캔들 아티스트로서의 전환점이 있었다. 피렌체의 트릴로 예술대학이 주최한 행사에서 내 캔들 작품을 전시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 피렌체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캔들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캔들 아티스트인 내가 전시회를 가질 수 있다니 너무 영광스러우면서도 큰 자부심을 느꼈다. 전시회를 통해 ‘나도 노력하면 되는 사람이구나’하는 용기를 얻었고, 캔들에 대한 열정을 더욱 불태웠다.

내 작품의 영감은 대부분 일상이나 자연에서 얻게 된다. 이와 캔들을 융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면서 작품 세계는 다듬어지고 철학은 더욱더 깊어진다. 오브제의 상징성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거나 도형의 선이나 재료의 물성 등을 살펴 내 경험과 깨달음을 접목해 표현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작년 초겨울 국내 전시회에서 선보인 <거리 두기>라는 작품이다. 이는 캔들 아트 주재료인 왁스로 벤치 의자에 그라피티 기법을 적용한 설치 미술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캔들 작품 영역의 새로운 확장성을 보여주는 신선함을 안겨준 것으로 평가되었다.

팬데믹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한 거리 두기이지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인간관계에서 거리 두기 또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적당한 거리가 있듯, 사람 사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 작품 <거리 두기>는 이런 깨달음이 바탕이 되었다. 캔들은 아무리 멋진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져도 태우면 녹아서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 ‘아트 포스터’이다. 유한성을 지닌 실제 캔들에 불을 켜고 타들어 가는 장면을 촬영한 후, 아트 포스터 형식으로 재탄생시켜 무한성을 부여한 것이다.

작가로서 나는 꿈꾼다. 자기 몸을 희생해 타인에게 빛과 희망, 안정감을 주는 캔들의 본질처럼 나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누군가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제자 양성만 해왔을 때는 디자인을 매번 새롭게 만드는 기술적인 것이 좋았다면, 지금은 내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성을 세상에 전하고 가슴을 울리는 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예술은 손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전달이다”라는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좋아한다. 모든 훌륭한 예술가의 근본은 좋은 인품이다. 이를 토대로 희망과 행복, 위로가 되는 좋은 작품이 나온다. 올해는 전시회를 좀 더 많이 가질 계획이다. 지금은 <인간애 人間愛>라는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작가로서 용기를 주는 인간과 자연에 감사하다. 모든 예술은 결국 인간을 향한다. 스스로 그러한 대로 존재하는 자연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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