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어느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놓여있어도 아름다운 꽃과 식물이 손길 안에서 한층 더 아름답게 변해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각자가 지닌 다채로움이 하나의 어울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여러 갈래로 조각난 불안하고 무지한 감정이 온전한 형태로 다시 자리 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실감하지 못했던 ‘치유’라는 의미가 내면에 분명히 존재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내 마음에는 온기로 가득 채워진다.

어느 날 내 손에 들린 꽃다발을 응시하며, 모두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조화로움을 지긋이 들여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혼자 있어도 칭송받기에 충분한, 귀하고 대견한 꽃 한 송이는 서로 다른 꽃송이와 함께 여전히 편안하고 빛나는 모습으로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외로움을 잘 알고 있었던, 내 안의 상처가 두려워 혼자였던 시간은 어느새 살포시 지나간 시간이 되었고, 불안은 점점 기쁨으로 바뀌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으로 굳게 닫힌 마음은 어느 날 내 옆으로 찾아온 또 다른 일상으로 인해 환영의 마음으로 변해갔고, 무엇을 정해두지 않는 자유로움과 앞으로 펼쳐질 꽃밭을 위한 뿌리 내림을 선물해 주었다. 그렇게 그 안에서 마음껏 피어있는 꽃들과 함께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곳, 바로 나의 꽃밭을 풍성하고 충분히 가꿀 수 있게 해 준 뿌리 내림.

꽃밭에 피어 있는 꽃들은 고요하다. 그 만발한 꽃들을 따듯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편히 누울 곳이 될 수 있도록 나의 꽃밭은 아름다운 모습과 넉넉한 마음으로 내 곁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물 흐르듯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의지와 평안한 마음이다. 함께하는 기쁨의 순간을 위해 아름다운 의지로 가꾼 포근한 꽃밭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된다. 꽃밭은 우리 모두에게 가족이 되고, 마음을 품을 수 있게 해 주는 집이기도 하며 세상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꽃과 식물이 지닌 정적인 이미지와 살랑거리는 작은 움직임은 휴식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말해 준다. 나의 꽃밭에 담긴 보드라운 바람을 가득 머금은 듯한 색과 결, 그 얕지만 깊은 공간은 그저 바라봄으로써 완전한 의미를 갖게 된다. ‘바라봄’의 시간 동안 잔잔하게 찾아드는 온전한 안식을 통해 더욱 견고한 ‘뿌리내림’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과 나란히 하게 되어 마침내 애쓰지 않을 수 있는 깊고 고요한 마음, 내 안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마음이 만들어진다.

깊고 고요한 마음은 두려움을 안고 균형 잡기에 비틀거렸던 한 송이 꽃의 평온한 세계가 되었다. 꽃밭을 가꾸는 일은 언제라도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위한 아름다운 여정이다. 애써 찾아가지 않아도 늘 함께하는, 반복되더라도 지루하지 않은 안전한 일상으로의 여정. 이는 조금의 불안도 없는 아늑한 나의 꽃밭으로의 길이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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